비즈니스 메시징 시대 (상)
중국 최대 쇼핑몰인 타오바오에서 물건을 팔기로 한 A씨.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물건 판매가 처음이라 긴장하고 있던 A씨에게 첫 고객이 물건을 주문했다. 고객 정보를 확인하려는 순간, A씨 PC 화면에 채팅창이 떴다. 고객이 직접 A씨에 물건 구매와 관련해 추가로 궁금한 것을 채팅으로 물어본 것. 평소 중국어 공부를 해뒀던 A씨는 고객과 한동안 채팅으로 주문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덕분에 고객의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알 수 있었고, 이를 반영한 주문도 더 빠르게 진행됐다. 국내서도 다양한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해봤던 A씨에겐 다소 신선한 충격이었다.
최근 국내에서도 이와 유사한 쇼핑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비즈니스 실시간 채팅(메시징) 서비스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모바일 메신저는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고 콘텐츠를 공유하는 용도로 사용됐다. 기업도 메신저 서비스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했다. 그러나 기업의 마케팅 메시지는 오히려 고객에 거부감을 주기 일쑤였다. 기업이 일방적으로 보내는 광고성 메시지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해외에서는 쇼핑 서비스를 중심으로 실시간 채팅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 사이트인 아마존은 ‘라이브챗’이라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세계 곳곳에 있는 고객에 채팅창이 24시간 열려있다.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 사이트 중 하나인 타오바오 역시 ‘알리왕왕’이라는 실시간 채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별도 메신저를 설치해도 되고, 웹에서 바로 문의도 가능하다.
해외에만 있던 서비스가 최근 국내서도 등장했다. 네이버가 도입한 ‘네이버 톡톡’이 그것이다. 이 서비스는 사용자 편의성을 높인 게 강점이다. 네이버 톡톡의 대화는 항상 이용자가 시작한다. 네이버 쇼핑에 입점한 쇼핑몰 사업자들이 먼저 이용자에 메시지를 보낼 수 없다. 대화를 진행하다 구입을 원한다면, 네이버 톡톡과 연계된 간편결제 서비스 ‘네이버 페이’로 대화창에서 바로 결제까지 할 수 있다.
편의성을 높였더니 곧장 입점한 매장의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네이버에 따르면 실시간 채팅으로 이용자 궁금증을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매출이 최대 6배 증가한 업체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실제 네이버 톡톡을 활용해 한 달 동안 매출이 2배 이상 증가한 여성 신발 전문사이트 ‘루이팩토리’ 관계자는 “제품에 관심을 보인 고객이 톡톡으로 대화한 끝에 구매를 확신하게 되는 것 같다”며 “톡톡으로 대화한 이용자 재구매율 또한 매우 높다”고 말했다.
네이버 톡톡은 쇼핑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으로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네이버 부동산 역시 지난 8월 중순 톡톡을 도입한 이후 해당 매물의 계약 여부나 시세 등을 문의하는 데 전화보다 톡톡이 더욱 편리하게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온라인 비즈니스 소통은 상점 주체의 일방적 메시지 전달이 주를 이뤘지만, 점차 이용자 주도의 ‘소통’이 가능한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며 “앞으로 온라인 쇼핑의 필수 기능으로 비즈니스 메시징 서비스가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선기자 dubs45@dt.co.kr
2015.10.1 ⓒ 디지털타임스